Daniel Wei delivers a keynote speech at a corporate summit on s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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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dership Insights

고객의 본래 패턴인가, 일시적 변화인가: CRM이 놓치기 쉬운 신호

Daniel Wei, COO, TP Infinity - 2026. 6. 12.

한 고객의 구매 빈도가 최근 갑자기 높아졌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고객을 ‘가치가 높은 고객’으로 판단하고, 더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할까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고객이 원래 구매 빈도나 구매액이 높은 고객인지, 아니면 특정 시점에 일시적으로 구매가 늘어난 것인지 구분하는 것입니다. 이 차이를 잘못 해석하면 마케팅 예산을 어디에 써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워집니다. 이 글에서는 이 두 가지를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 그리고 많은 CRM이 왜 아직도 이 차이를 충분히 포착하지 못하는지 살펴봅니다. 


한 럭셔리 브랜드는 회원 제도를 과감하게 2단계로 단순화했습니다. 하나는 연간 구매액이 일정 기준을 넘은 고객, 다른 하나는 그 외의 고객입니다. 실버, 골드, 플래티넘, 다이아몬드처럼 세분화된 회원 등급은 없습니다. 동종 업계에서는 5~7단계의 회원 등급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 브랜드는 2단계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처음 보면 이 브랜드가 회원 제도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많은 브랜드는 여러 단계의 회원 등급을 두고, 고객이 다음 등급을 목표로 삼도록 유도합니다. 등급이 세분화되어 있을수록 고객 입장에서는 다음 목표가 명확해지고, 지속적인 이용이나 구매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회원 등급을 2단계로 줄인 것은 이러한 구조를 의도적으로 단순화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브랜드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고객을 보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고객이 한 등급에서 다른 등급으로 크게 이동하는 일은 그리 자주 일어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매일 달라지는 것은 고객의 구매 흐름과 반응입니다. 

 

  • 최근 구매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 이전만큼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다. 

  • 한동안 멀어졌던 고객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회원 등급이 크게 바뀌는 기회는 제한적이지만, 고객의 관심과 행동 변화는 매일 일어납니다. 

 

그럼에도 많은 CRM에서는 회원 등급이 올라간 비율, 상위 등급으로 이동한 고객 수, 우수 고객으로 남아 있는 비율 등이 주로 관리됩니다. 반면 구매 빈도나 반응의 변화처럼 매일 일어나는 작은 움직임을 포착하는 관점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점을 이해하려면 ‘고객별 성향’과 ‘개별 고객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나누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고객별 성향이 있습니다. 원래 구매 빈도가 높은 고객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고객도 있습니다. 이는 그 사람의 구매 주기나 라이프스타일에 가까운 것으로, 단기적인 접근만으로 크게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 하나는 개별 고객에게 일어나는 변화입니다. 같은 고객이라도 어떤 시기에는 구매 빈도가 높아지고, 다른 시기에는 반응이 줄어들었다가, 이후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서 바뀌는 것은 고객 자체가 아니라 그 순간 순간의 상태입니다. 

 

마케팅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이 두 가지를 혼동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고객의 구매 빈도가 최근 높아졌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를 ‘원래 구매 빈도나 구매액이 높은 고객이었다’고 해석하면, 해당 고객에게 더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하지만 실제로는 어떤 계기로 인해 일시적으로 구매가 늘어난 것일 수 있습니다. 몇 달 뒤에는 이전의 구매 패턴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같은 데이터라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음에 취해야 할 접근은 달라집니다. 일시적으로 구매가 늘어난 것뿐인데 이를 그 고객의 본래 성향으로 보면, 필요 이상으로 접근을 강화하게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일시적 변화로 볼 수 있다면 그 변화가 계속되고 있는지, 원래 상태로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하면서 적절한 시점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 마케팅 예산을 더 효과적으로 쓰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이러한 관점 자체는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1959년 통계학자 Ehrenberg는 고객마다 구매 빈도가 다르다는 개념을 수학적으로 제시했습니다. 1982년 Greene은 이 개념을 고객마다 서로 다른 속도로 구매 행동이 나타난다는 방식으로 설명했습니다. 

 

고객의 구매 행동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보면, 고객마다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주 구매하는 고객도 있고, 한동안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고객도 있습니다. 기업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고객이 실제로 구매한 시점뿐입니다. 

 

따라서 구매 이력만으로 고객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구매 이력은 고객 행동의 일부가 데이터로 남은 것에 불과합니다. 

 

기존 모델은 구매 빈도가 높은 고객과 낮은 고객을 구분하는 데에는 강점이 있었습니다. 

 

반면 같은 고객의 관심이나 구매 주기가 중간에 바뀌는 것까지 충분히 포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그 고객의 기본적인 구매 성향은 볼 수 있어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지,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지까지는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Greene 역시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의 방법론으로는 같은 고객의 구매 속도가 중간에 달라지는 움직임을 충분히 다루기 어려웠습니다. 

 

이후 2008년 Netzer 등의 연구에서는 고객이 여러 상태를 오갈 수 있다는 관점을 반영한 분석 방법이 제시되었습니다. 이른바 은닉 마르코프 모델을 활용한 접근입니다. 

 

이 관점에서는 같은 고객이라도 어떤 시기에는 구매 빈도가 낮은 상태에 있다가, 다른 시기에는 더 활발한 상태로 이동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태 변화를 구매 행동의 흐름에서 읽어내고자 합니다. 

 

또한 2018년 Ascarza의 연구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했습니다. 시스템상 ‘앞으로 구매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고객’으로 판단된 고객이라도, 붙잡기 위한 접근이 항상 효과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접근을 강화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 고객도 있습니다. 

 

1959년 이후 관련 연구는 조금씩 발전해 왔고, 이전에는 잘 보이지 않았던 고객의 변화를 포착하는 방법도 보완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실무에서 사용되는 많은 CRM에서는 고객이 현재 어떤 등급에 있는지는 파악할 수 있어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지 또는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지까지는 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서 한 고객의 실제 움직임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고객을 ‘847’이라고 부르겠습니다. 


a real trajectory.
a real trajectory.

24개월간의 구매 이력을 일반적인 RFM 분석으로 보면, 이 고객은 처음부터 끝까지 ‘안정적인 저빈도 고객’으로 분류되어 있었습니다. 20개월 이상 등급에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을 고려하는 모델로 같은 데이터를 보면 다른 이야기가 보입니다. 처음 13개월 동안은 실제로 큰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14개월째에 평소와는 조금 다른 구매가 발생합니다. 이후 상태는 조금씩 상승했고, 최종적으로는 더 활발하고 구매 빈도가 높은 상태로 이동했습니다. 

 

반면 RFM 분석에서는 17~18개월째가 되어 고빈도 구매가 몇 차례 쌓인 뒤에야 등급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즉 시간의 흐름을 보는 모델은 RFM 분석보다 몇 달 더 일찍 같은 변화를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모델 정확도가 몇 퍼센트 개선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같은 데이터를 보더라도 어떤 관점으로 분석하느냐에 따라 보이는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특히 고객의 변화가 시작되는 시점을 포착할 수 있는지는 다음 접근을 고민할 때 큰 차이를 만듭니다. 

 

그렇다면 AI는 여기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솔직히 말해, 아무리 고도화된 모델이라도 고객이 가진 성향 자체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원래 구매 빈도가 낮은 고객이 AI 모델을 도입했다고 해서 갑자기 자주 구매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AI의 가치는 개별 고객의 변화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포착하는 데 있습니다. 

 

  • 고객의 변화를 어느 단계에서 파악하고 있는가. 

  • 캠페인으로 실제 증가한 매출은 어느 정도인가. 

  • 반대로 캠페인이 없었어도 발생했을 매출은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는가. 

 

이러한 점을 구분할 수 있어야 기업은 정말 접근해야 할 고객과 적절한 타이밍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자사의 CRM과 마케팅 활동을 점검할 때 확인해야 할 핵심 질문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1. 자사에서 ‘가치가 높은 고객’으로 보고 있는 고객은 정말 그렇게 볼 수 있는가 

 

그 고객은 원래 구매 빈도나 구매액이 높은 성향을 가진 고객일까요? 아니면 캠페인이나 특정 계기로 인해 일시적으로 구매가 늘어난 고객일까요? 확인 방법은 단순합니다. 구매율이나 구매 빈도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살펴보는 것입니다. 높은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지, 아니면 시기별로 크게 변동하는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고객을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달라집니다. 

 

2. 고객이 멀어지는 조짐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는가 

 

지난해 실제로 구매하지 않게 된 고객을 돌아보겠습니다. 해당 고객에 대해 자사의 시스템은 몇 달 전부터 변화의 신호를 포착하고 있었을까요? 아니면 구매가 끊긴 뒤에야 리포트로 확인했을 뿐일까요? 고객의 변화는 사후에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전에 파악하고 다음 행동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3. 캠페인으로 실제 매출이 얼마나 늘어났는가 

 

캠페인 이후 매출이 늘었다고 해서 그 전부가 캠페인의 성과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캠페인으로 실제 증가한 매출은 어느 정도인지, 반대로 캠페인을 하지 않았더라도 발생했을 매출은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는지 분리해서 봐야 합니다. 대조군을 설정하지 않았다면 캠페인의 순수 효과를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성과와 실제 성과를 나누어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질문들은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세 가지에 모두 명확히 답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CRM과 마케팅 활동을 다시 점검할 여지가 있습니다. 


3 questions
3 questions

마지막으로, 앞서 언급한 럭셔리 브랜드의 사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해당 브랜드가 회원 등급을 2단계로 줄인 것은 단순히 제도를 간단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고객마다 구매 성향이 다르다는 점을 전제로, 드물게 발생하는 등급 상승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개별 고객의 변화에 주목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고객이 ‘지금 어떤 등급에 있는가’만이 아닙니다. 그 고객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지, 아니면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지입니다. 다음에 캠페인 결과를 볼 때, CRM 대시보드를 확인할 때, 또는 새로운 분석 툴 도입을 검토할 때 이 질문을 떠올려 보셨으면 합니다. 

 

  • 이는 그 고객이 원래 가지고 있던 성향인가. 

  • 아니면 일시적인 변화인가. 

 

이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지가 앞으로의 CRM과 마케팅 활동 성과를 크게 좌우할 것입니다.

 

 

※본문에 포함된 고객 사례는 익명 처리되었습니다. 

 

 

References 

  • 1959 Ehrenberg, A.S.C. (1959). The pattern of consumer purchases. Applied Statistics. 

  • 1982 Greene, J.D. (1982). Consumer Behavior Models for Non-Statisticians: A River of Time. 

  • 1987 Schmittlein, D.C., Morrison, D.G., Colombo, R. (1987). Counting your customers: Who are they and what will they do next? Management Science. 

  • 2005 Fader, P.S., Hardie, B.G.S., Lee, K.L. (2005). 'Counting Your Customers' the easy way: An alternative to the Pareto/NBD model. Marketing Science. 

  • 2008 Netzer, O., Lattin, J.M., Srinivasan, V. (2008). A hidden Markov model of customer relationship dynamics. Marketing Science. 

  • 2010 Sharp, B. (2010). How Brands Grow: What Marketers Don't Know. Oxford University Press. 

  • 2018 Ascarza, E. (2018). Retention Futility: Targeting High-Risk Customers Might Be Ineffective.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